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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은 암의 하나이다. 우리 몸의 혈관 안에는 혈액 세포가 있는데 이 혈액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 백혈병이다. 암은 하나의 암세포가 무한정 증식하여 문제를 일으키는데 백혈병도 골수 안에서 하나의 백혈병세포가 발생해서 이것이 끊임없이 증식하여 백혈병을 일으킨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19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남자가 약간 많다. 많이 발생하는 연령군은 60대 이상의 노인층이다. 백혈병을 이해하기 위해 정상 혈액 세포에 대해 알아보자. 혈액은 물 성분의 혈장이라는 액체와 세 종류의 혈액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혈액세포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있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세포로서 혈액이 붉은 이유가 적혈구 안에 있는 색소 때문이다.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과 싸우는 세포로서 크게 골수구와 림프구로 나눌 수 있다. 골수구는 병원균과 직접 싸우고 잡아먹는 역할을 하는 세포이다. 림프구는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이다. 혈소판은 피가 날 때 피가 멎도록 작용하는 세포이다. 혈액세포는 뼈 속의 골수라는 부위에서 만들어진다. 혈액세포를 만드는 것을 조혈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은 아주 정밀하게 조절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 다수의 혈액세포를 짧은 시간 내에 생산할 수 있으며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생산이 중단된다. 백혈병은 백혈구를 만드는 조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병이다. 크게 골수구 계통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백혈병을 골수성백혈병, 림프구 계통에서 발생하는 백혈병을 림프성 백혈병이라고 한다. 백혈병세포는 정상 백혈구와 모양이 다르며 백혈구 본래의 작용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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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병이 나빠지는 속도가 수 주일로 빠른 경우를 급성백혈병이라고 하고 수 개월로 비교적 느린 경우를 만성백혈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백혈병 세포가 발생한 세포 종류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성으로 나눈다. 따라서 다음의 네 가지 백혈병이 있다. 1) 급성골수성백혈병 : 가장 흔한 백혈병이고 주로 60세 이상의 성인에서 발생한다. 2) 급성림프성백혈병 : 주로 소아에서 발생한다. 3) 만성골수성백혈병 : 주로 성인에서 발생한다. 4) 만성림프구성백혈병 : 주로 60세 이상의 성인에서 발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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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백혈병의 원인은 잘 모른다. 많은 과학자들이 왜 백혈병이 발생하는지 연구하고 있지만 특정한 사람에게 왜 백혈병이 잘 생기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몇 가지 상황에서 백혈병이 잘 발생한다. 갑자기 많은 양의 방사선을 쏘이면 백혈병이 발생한다. 2차 대전 때 일본에서 원폭 피해자에게서 백혈병 환자가 많이 발생했으며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태 때에도 백혈병 발생률이 급등하였다. 또한 다운 증후군 등의 유전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백혈병이 많이 발생한다. 과거에 암을 치료하기 위해 항암제나 방사선을 사용한 사람에게서도 백혈병이 호발한다. 플라스틱이나 고무를 취급하는 공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벤젠도 백혈병을 일으키며 흡연도 중요한 발생원인의 하나이다. 그 외에 농약도 백혈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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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백혈병 환자는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 등의 가벼운 증상에서 열이 나거나 자꾸 피가 나는 등의 심한 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백혈병세포는 골수에서 무서운 속도로 증식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정상 조혈세포를 방해해서 정상 혈액세포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심술을 부린다. 이에 따라 급성백혈병 환자는 체내에 산소를 배달하는 적혈구의 생산이 부족해져서 자꾸 어지럽고 숨이 차고 쉽게 피곤하고 두통이 생긴다. 또한 피가 날 때 출혈을 멈추게 하는 혈소판이라는 세포도 부족해져서 부딪치면 쉽게 멍이 들고 코피나 잇몸에서 피가 난다. 백혈구가 자꾸 많이 만들어지면 정상 백혈구 수의 수 십 배가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져서 잘 흐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 속에 혈액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서 의식이 흐려지고 몹시 숨이 차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한 백혈구 중에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호중구가 모자라서 병균이 쉽게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병균이 침투하면 고열이 나며 목이 아프고 춥고 떨린다. 또 입맛이 없고 체중이 빠지며 여기 저기 뼈마디가 쑤시기도 한다. 몸에 멍이 들거나 주사 부위에 지혈이 잘 안될 경우에는 지혈과 응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피부에 고춧가루 뿌려 놓은 것 같은 출혈병소(점상출혈이라고 부름)가 나타나면 혈소판 수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혈소판 제제의 수혈을 받아야 한다. 피부에 백혈병 세포가 침투하는 경우도 있는데 통증이 없으면서 동전만한 크기로 표면에서 약간 부어오른다. 그 외에도 잇몸이 붓거나 목에 콩알만한 림프절이 만져지거나 왼쪽 갈빗대 아래 부위에서 비장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급성백혈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반면에 만성백혈병은 대개 증상이 없거나 가볍다. 종합검진을 하거나 다른 이유로 피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비장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어서 왼쪽 윗 배가 불편한 경우가 있다. 이유없이 식은 땀이 나거나 체중이 감소한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콩알 만한 림프절이 목에서 만져지는 경우가 있다. 기운이 없고 어지럽거나 체중이 빠지고 미열이 있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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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의 진단 | ||||
백혈병이 의심되면 우선 일반혈액검사를 하고 골수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또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 결과를 추적하기 위해 염색체 검사나 유전자 검사가 중요하다. 1) 일반혈액검사 일반혈액검사를 하면 백혈구 수가 많이 증가되어 있고 빈혈과 혈소판 수가 감소된 것을 볼 수 있다. 혈액 검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백혈병세포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백혈병세포는 세포가 크고 세포질에 비해 핵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며 핵 속에 인이라는 밝은 부분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2) 골수검사 백혈병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골수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골수검사는 뼈 속의 골수라는 공간에 있는 혈액을 뽑아내는 검사이다. 골수검사라고 하면 큰 수술처럼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실제 부분 마취를 충분히 하고 검사하면 좀 뻐근한 느낌이 드는 정도의 어렵지 않은 검사이다. 검사 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조금이라도 아픈 느낌이 들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야 마취가 잘 되고 그래야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골수검사는 엎드린 자세에서 꼬리뼈 바로 위 부분의 피부가 얇은 엉덩이 뼈 부분에서 주로 하게 된다. 골수 채취부위를 마취한 뒤에 골수 세포를 뽑아내는 일차 검사와 골수 조직을 뽑아내는 이차 검사의 순서로 진행한다. 실제 검사 시간은 15-20분 정도 걸리며 검사 후에 2-4시간 누워 있으면 지혈이 된다. 채취한 골수 조직은 검사실로 보내져 정밀검사가 진행되며 이를 진단검사의학과 혈액학 전문의가 판독한 후 진단을 내린다. 골수 세포는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골수성과 림프구성 백혈병을 크게 구별하고 특수 염색의 양상에 따라서 골수성 백혈병의 세부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 백혈병 진단은 백혈병세포가 골수내 세포 수의 20% 이상이 있어야 한다. 3) 특수 검사 골수검사로 얻어진 백혈병세포를 세포 표면에 어떤 단백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는 유세포 분석이나 백혈병세포의 염색체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는 염색체 검사, 그리고 유전자 단계의 이상을 찾아내는 분자생물학적 검사 등을 시행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염색체검사는 급성백혈병이 어떤 경과를 밟을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한 검사이다. 또한 필라델피아 염색체라는 특징적인 염색체가 발견되면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확진할 수 있다. 분자생물학적 검사(유전학검사)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이나 일부의 급성백혈병의 진단과 치료 후 치료결과를 추적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4) 기타 검사 백혈병을 치료하기 전에 간 기능 검사와 콩팥기능 검사, 전해질 검사와 혈액응고검사를 한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심전도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고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하여 폐렴이 있는지 확인한다. 열이 있다면 혈액이나 가래, 소변에서 세균배양 검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 중에 수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혈액형 검사를 해 둔다. 조혈모세포이식을 계획하고 있는 환자라면 환자와 가족들의 조직형 (HLA) 검사를 하여 환자와 잘 맞는 형제가 있는지 찾는다. 중추신경계 증상, 예를 들면 어디 한 쪽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몸의 일부가 잘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 등이 있으면 뇌척수액 검사를 한다. 뇌척수액 검사는 허리 부분의 척추 뼈 사이 부분에 국소마취를 한 후 가느다란 바늘을 넣어 뇌척수액을 얻는 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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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로부터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백혈병은 혈액세포에서 발생한 암이지만 다른 진행된 암에 비해서 완치율이 높고 치료원칙이 잘 확립되어 있다. 백혈병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앞으로 몇 개월, 길게는 수 년에 걸쳐 걸어야 할 조금 긴 여행의 시작일 뿐이다.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는 전적으로 담당 주치의를 믿으라는 것이다. 당신의 생명과 믿음을 조금만 맡기지 말고 가진 것 모두를 맡겨라. 만일 주치의가 믿음직스럽지 않거나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미심쩍다면 차라리 다른 병원의 백혈병 전문의를 찾아가 제 2의 의견을 구해보라. 전문의의 지식과 경험을 믿어야 백혈병을 이길 수 있다. 둘째로는 울거나 절망하거나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감정은 자연스런 반응이지만 지나친 감정발산은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만 주게 된다. 웃으려고 노력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로는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병동을 우선 한바퀴 돌아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부터 인터넷 서핑이나 TV, 독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다. 외부 출입이 허락된다면 병원 주위를 산책하고 조용한 벤치에서 따뜻한 햇볕을 즐기라. 옆 침상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인사를 나누고 담당간호사에게 유머를 던지라. 병원생활도 해 볼만 하다는 자신이 들 것이다. 넷째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과 친구들은 당신을 돕기 위해 경제적인 희생을 무릅쓸 것이다. 또한 백혈병에 대한 정보를 가져다 줄 것이며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헌혈자가 되어주거나 다른 헌혈자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이 툭 터놓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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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의 치료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백혈병의 종류에 따라 치료 원칙이 다르고 같은 백혈병이라도 환자의 특성과 백혈병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1)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는 크게 우선 백혈병 세포를 없애는 치료와 재발을 막는 치료의 두 단계가 있다. 우선 백혈병을 없애는 치료를 어려운 말이지만 관해유도요법이라고 한다. 관해라는 것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 골수나 혈액 내에서 백혈병세포를 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항암제를 쓰면 3명 중 2명에서 관해를 얻을 수 있다. 관해에 도달하면 재발을 막는 항암제 치료, 즉 공고요법을 3-4회 받는다. 총 치료기간은 5-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의 하나로서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을 받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환자는 공고요법을 1-2회만 하는 것을 추천한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중 특이한 형태인 급성전골수구성백혈병(M3)은 아트라라는 먹는 특효약이 있어서 항암제와 함께 아트라를 투여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서 관해에 도달하게 된다. M3의 경우에도 공고요법을 2-3회 시행하고 아트라 유지요법을 2년 시행한다. 2) 급성림프성백혈병 급성림프성백혈병의 치료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우선 백혈병을 없애는 관해유도 항암요법을 한다. 관해에 도달하면 급성림프성백혈병인 경우에는 뇌에서의 재발이 많기 때문에 뇌척수액에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뇌에 방사선 치료를 한다. 그 뒤에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고요법을 하고 공고요법이 끝난 후 1-2년간 약한 항암제를 외래에서 투여하는 유지요법을 한다. 3)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에는 크게 글리벡과 조혈모세포이식이 있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한 단백질을 차단하여 백혈병세포를 죽이는 먹는 약이다. 글리벡을 투여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1-2개월 만에 혈액소견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1년이면 10명 중 7-8명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모두 사라진다. 그러나 글리벡을 계속 복용해야 하며 중단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유일한 완치 방법이다. 젊은 환자에서 조직형이 맞는 형제가 있을 경우에 이식을 고려한다. 그러나 이식은 이식 합병증에 의해 10-30% 정도의 사망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4)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증상이 있거나 혈액검사 소견이 나빠지는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치료를 한다. 치료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서 백혈병이 악화되고 있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먹는 항암제 또는 주사용 항암제를 사용하며 치료에 대한 반응은 일반적으로 좋지만 완치는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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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치료 중 영양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 ||||
백혈병 환자는 항암치료 중에는 식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입맛이 없고, 미식거리고, 입이 헐고, 배가 아픈 등의 문제 때문에 죽이나 미음을 먹거나 아예 식사를 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식사는 충분한 칼로리와 단백을 공급해 주어 체중 감소를 막고 기운을 차리게 해 준다. 잘 먹는 환자는 치료도 잘 견디며 치료의 부작용도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따라서 백혈병 환자는 평소보다도 오히려 더 많이 먹고 특히 단백질 섭취를 더 늘려야 한다. 입맛을 돋우는 약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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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다 끝난 후에도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외래에서 진찰을 받고 새로 발생한 문제가 백혈병과 관련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주기적인 혈액검사 및 골수검사는 현재 백혈병의 상태가 어떤지 추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정한 백혈병에서는 유전학검사를 통해 재발을 조기에 찾아내어 빨리 치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준다. 백혈병 치료의 장기적인 합병증도 주기적인 외래 진료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경우에 내분비 이상이나 골다공증, 백내장 등의 합병증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